소나무와 한국인

세속을 떠나 자연으로, 탈속과 풍류

관리자 | 2018.09.19 | hit. 13

소나무는 깨끗하고 귀한 나무로서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에는 높이 솟은 소나무 줄기를 택한다고 믿었다. 소나무는 선(仙)의 분위기에 알맞아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교통의 수단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솔잎을 씹어 배를 채운다는 벽곡(辟穀)의 뜻도 이에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나무는 탈속(脫俗)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할 경우에 이용되었다. 시가나 회화에서는 탈속의 상징으로 소나무가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산림경제>에서는 집 주변에 송죽을 심으면 생기가 돌고 속기(俗氣)를 물리칠 수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특히 은사(隱士)의 유거(幽居) 주변에는 예외 없이 소나무와 대나무가 있었다. 여기에서 소나무는 곧 탈속을 상징하고 집을 들어서는 입구에 서 있는 한 그루 소나무는 그곳이 은사의 거처임을 알리는 표지였다.




이인문 - 송계한담도(松溪閑談圖) / 크기 : 77 x 37.3cm / 소장처 : 국립중앙박물관


그림에 있어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물이 그려지는 경우 그 인물은 대개의 경우 은사(隱士)이거나 고사(高士) 또는 노승(老僧)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의 동작도 폭포를 바라보거나 달빛 아래 거닐거나 혹은 바둑을 두거나 피리를 부는 장면 등이 그려진다. 이러한 정경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배경에 소나무가 있어야만 탈속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옛 부터 태교(胎敎)가 전해오는데 솔바람소리가 이 태교에 이용되었다고 한다.임신부가 소나무 아래에 좌정하여 솔잎을 가르는 장엄한 바람소리를 온몸으로 맞아 마음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시기와 증오, 미움과 원한 등 모든 앙금을 털어 버리고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솔바람소리를 태아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그것은 이와 같은 탈속의 분위기가 태아에게 좋은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송단(松壇), 송계(松溪), 송하한담(松下閑談), 송하관폭(松下觀瀑)... 옛 그림 제목을 보면, 이러한 단어들이 즐비하다.
그림 제목처럼 옛 사람들은 소나무 아래에 모여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고, 폭포의 물줄기를 감상하였으며, 청정한 자연을 맘껏 느꼈다.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의 곁에는 늘 소나무가 서 있다. 이들이 풍류를 즐기는 곳은 이미 현실을 벗어난 탈속의 세계다. 소나무 아래는 은둔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중국『양서(梁書)』에는 "도사 도홍경은 유난히 솔바람소리를 좋아하여 정원에 소나무를 가득 심어놓고 늘 그 소리를 들으며 즐겼다."는 내용이 나온다.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귀의한 중국 동진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도 「귀거래사(歸法來辭)」에서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이리저리 서성거린다(撫孤松而盤桓)"라고 하였으며, 이는 후대 은거지향적인 문인들에게 글이나 그림으로 빈번하게 표현되었던 시제(詩題), 화제(畵題)가 되었다.


당송의 시에서도 소나무는 청정한 자연을 뜻하고 소나무 숲은 유유자적하는 공간으로 표상되었다. 그림 속에서 폭포를 감상하는 인물과 소나무는 종종 함께 등장한다. 쏟아져 내리는 줄기가 형성하는 직선의 움직임과, 뒤틀리며 사방으로 뻗친 가지를 품고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가 형성하는 곡선미가 어울어져 화면은 훨씬 역동적이게 된다.
또한 물과 나무의 소재가 주는 영원불변성은 이 곳이 탈속을 지향하는 곳임을 표상한다. 물 흐르는 곳에서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곁을 차지하는 것도 소나무이다.


이인문의 <송하담소도(松下談笑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화제(城)중 "돌아갈 기약이 없네"에서처럼, 이들 인물은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돌아갈 줄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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