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헌정월간지 기고문
소나무와 한국인 글쓴이 : 정영완 (사)한국소나무보호협회 이사장 소나무보호 캠페인작가(화가) 1.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소나무는 우리의 심성(心性)과 우리의 땅위에 자리를 잡은 우리의 정신적 바탕이요 문화재입니다. 소나무는 온갖 풍상을 묵묵히 견뎌내고 늘 푸름을 잃지 않으며 험한 바위 위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심성에 소나무 말고 그 어떤 상징물이 이렇게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을까요? 한국의 나무는 소나무이고 소나무의 나라는 한국입니다. 소나무야말로 우리민족의 대표적 상징이요, 전통이요 살아있는 문화재입니다. 우리는 길을 가다 흔히 낭떠러지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들을 보게 됩니다. 절묘하게 휘어진 가지들 사이로 햇살과 바람 또는 안개가 지나갈 때를 보게 되는데 그 정경과 운치는 천하의 일품입니다. 우리의 강산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풍광 속에는 으레 소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소나무는 장수와 길상, 지조와 절개, 탈속과 풍류의 벗으로 숭상과 각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또 실용 면에서도 궁궐의 대들보와 두리기둥 거북선을 만들었고, 백성들의 초가삼간이며 많은 일용식품과 온돌의 땔감에서 우리들의 몸을 넣을 목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전통 문화예술에 끼친 영향 또한 절대적이었습니다. 시인, 철인, 선비, 승려, 화가, 서예가, 도예가, 사진가 등, 생활 속이나 예술가들의 심미안이 빚은 시문, 산수화, 도자기, 금속예술, 목공예품 등에는 어김없이 소나무 이미지가 갖가지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문화는 한 마디로 소나무문화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36그루 소나무가 나라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1.4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지방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소나무들의 숲과 숲길이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빛나는 우리의 자연 유산이며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2. 소나무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늘 거기에 있으려니 하며 소나무에 대해서 무관심과 그 존재의 가치를 실감하지 못한 동안 우리 얼 소나무들은 지금 절박한 위기에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벌목 등으로 우리들의 유산인 소나무 숲과 명목 소나무들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소나무가 우리 산림의 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25%에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추세로 50년 후면 우리의 소나무가 5~10% 밖에 남지 않으리라는 산림청의 자료입니다. 소나무화가인 필자도 그림의 소재를 위해 전국의 명목 소나무를 찾아다니지만 몇 년 전 의 그 소나무가 많이 없어졌거나 소나무의 모습이 상해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약한 힘이나마 소나무를 보호하고 지켜야 하겠다는 나의 간절함 십정과 이에 동조한 사람들에 의해 본 협회를 만들고 합심하여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상이변과 지구의 온난화, 산불과 태풍 병충해들의 범람으로 우리의 소나무가 절박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산불예방과 재선충 방재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소나무들은 침엽수 등 많은 잡목들의 햇빛 가림에 의해 고사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침엽수나 잡목들을 제거하는 국가의 적극적 보호와 대책도 강구되어야 합니다. 또한 아쉬운 것은 국민들의 소나무에 대한 배려와 관심과 사랑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저희 협회가 감당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명목소나무와 소나무 숲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과 홍보와 제도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소나무를 국가의 대표나무로 정하고 국가의 대표브랜드로 만들어 소나무의 나라 자연환경이 아름다운나라라는 이미지를 세계와 시켜나감과 동시에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해야 된다는 생각됩니다. 소나무는 늘 거기에 있겠거니, 예전처럼 오늘날도, 그리고 앞으로도 꿋꿋하게 우리 곁을 지켜 주리라 생각만 하고 있으면 때를 놓치게 됩니다. 민족의 혼 소나무를 지켜야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시대의 우리의 책임과 의무입니다. 3. 소나무는 민족혼의 원형으로 사유구조입니다. 우리의 의식 기저에는 天地人 삼재(三才)사상이 자리해 왔습니다. 三才란 우주변화의 동인(動因)을 하늘(天), 땅(地), 사람(人)의 삼극(三極)의 관계로 봅니다. 한국과 중국은 사상의 공유가 많지만 중국은 우주를 음양 이원의 체계였고, 우리는 삼원 체계를 선호했습니다. 지금도 우리들은 어떤 일의 완결로 3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3은 한 사이클의 완결임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우리말 동사 `생기다`의 옛말은 `삼기다` `삼다`인데, 이때의 어간 `삼`은 음양의 접합에서 탄생한다는 `태(胎)`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생명을 점지해주는 신을 `삼신(三神)` 혹은 `태신(胎新)`이라 하고 생명이 탄생되는 탯줄을 `삼줄`, 생명이 탄생된 곳을 `삼터`라고 불렀습니다. 이처럼 3은 생명의 수이자 행운의 숫자입니다. 예컨대 음력 3월 3일을 길일로 정해 명절로 삼았으며 만세삼창,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에 의해 승패를 결정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삼일장, 삼우제, 삼년상을 치렀고, 더위를 삼복三伏으로 나눠 피서를 했으며 사람의 이름도 세 글자로 지었습니다. 아리랑처럼 전통음악도 삼박자가 많고, 시조의 형식도 추 중 종 삼장으로 썼습니다. 삼족오를 태양을 상징하는 신령스런 상징물로 삼고 삼신을 숭배했습니다. 이러한 우리 문화들은 모두 天地人三才사상의 흔적들입니다. (최광진의 한국의 미학 111p에서 인용) 제가 소나무를 찾아 갔던 많은 산들에 있는 사찰의 삼성각이나 산신각에는 산신도가 그려 있었는데 봉안된 산신도를 보면 백발노인과 그를 호위하는 호랑이 배경으로 늙은 소나무의 세 요소가 일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 산신도는 보통 민화처럼 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향유하는 장식미술품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으로 경배하는 일종의 무화(巫畫)의 성격을 가진 그림입니다. 특히 필자가 산신도에 주목했던 것은 배경으로 서있는 늙은 소나무입니다. 산신도는 소나무 외의 다른 수종의 나무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산신도에서 소나무는 다른 어떤 나무로 대체될 수 없는 중요하고 핵심의 요소라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단군신화를 보더라도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 올 때 그 신단수(神檀樹)는 신의 세계인 하늘과 인간의 세계인 땅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인간의 뜻을 하늘로 전달하는 역할과 함께 하늘의 신지(神智)가 땅으로 전달되는 통로가 되었으며 이때의 대표적인 신단수는 소나무입니다. 우리에게 소나무는 신단수요, 세계수 또는 우주수요, 생명수이었던 것입니다. 무속에서는 당산을 지키는 소나무는 신의 세계인 하늘과 인간들의 세계인 땅 사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두 세계 사이의 고리 역할을 한다고 조상들은 믿고 믿어 왔습니다. 이와 같이 소나무는 우리 민족문화와 역사의 신화적 사고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이처럼 한민족의 가슴속에 소나무가 깊게 자리를 잡아오고 있는 것은 소나무는 우리민족에게 어떤 영적존재와 영물 그 이상이었습니다. 2015년 10월 12일에 창립된 사단법인 한국소나무보호협회는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땅위의 소나무, 한국인의 민족혼과 깊이 관련이 있는 우리 소나무를 알리는 일과 그 보호를 위해 모인 전국적 모임의 사단법인의 단체입니다. 지금 구성되어 있는 회원들은 소나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과 소나무사진작가, 소나무화가와 문인들 그리고 소나무 사랑이 곧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두 분 대통령이 민족 화합의 상징으로 분단의 땅 위에 다른 나무가 아닌 신단수로 소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나무들이 푸르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소나무보호협회는 민족혼의 원형이요 사유구조인 소나무를 사랑하고 가꾸며 소나무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위한 단체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우리와 함께 힘을 모아 활동해 주시고 좋은 말씀도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페: cafe.daum.net/kppao 홈페이지:www.kpinetree,or.kr/ (사)한국소나무보호협회